나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함께 시작되었다. 백암산 아래 자리 잡은 작은 산골마을, 백암원에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부터 전통과 새로운 지식의 조화를 경험했다. 아버지는 일제 시대 말엽 춘천농업현문학교에서 교육을 받으셨고, 우리 집은 마을에서 '개화된' 집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6.25 전쟁은 우리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북한으로 납북당한 나는, 28세의 젊은 어머니와 함께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이념의 대립에 휘말려 양측으로부터 의심과 탄압을 받았다. 어머니가 경찰서에 불려갈 때마다 나를 데리고 가셨던 모습, 총구 앞에서 취조받는 동안 함께 울었던 그 순간들이 지금도 선명히 기억난다.
우리 집에는 특별한 가훈이 없었지만,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책과 글이 가득한 환경에서 자랐다. 이런 배경이 후에 내가 목회자의 길을 걷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대학 시절, 나는 문학을 전공하면서도 점차 신학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결국 신학을 제2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삶의 여정을 돌아보면, 어린 시절의 고난과 어머니의 헌신, 그리고 신앙의 힘이 나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했음을 깨닫는다. 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신학과 교수로서 많은 제자를 양성하며, 재림교회 목사로 봉직하는 동안 나는 항상 그 시절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살았다.
우리의 역사는 아픔으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 그리고 인내의 씨앗이 자라났다. 이 세상은 더 나은 세상이 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되, 미래를 향한 화해와 평화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
인생은 예측불가능하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어떤 환경에서든 배움의 자세를 잃지 말고, 전통과 새로움의 조화를 이루는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뿌리와 가치관을 소중히 여기라. 그것이 우리의 삶에 깊이와 의미를 더해줄 것이다.
8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며, 나는 한 시대의 증인이 되었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한 시대의 아픔이자,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의 축소판이다. 이 기억들을 나누는 이유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평화로운 세상,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임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일 것이다.

Image Prompt: A lively and whimsical illustration set in a small Korean mountain village, nestled under the towering presence of Baekam Mountain. The scene features a young child with a playful and exaggerated expression, holding a large, ancient book that appears almost too big for them. This child stands alongside a young mother, who is humorously balancing a stack of books, each teetering precariously. Both characters are animated, with loose, free-flowing lines and exaggerated gestures, conveying a sense of joy and curiosity. The background is simple, with gently flowing watercolor-like colors depicting the rustic charm of the village. Adding a touch of humor, a small, mischievous squirrel is seen trying to peek into one of the open books. This scene captures the blend of tradition and new knowledge in a light-hearted and imaginative manner, set in a vibrant and lively depiction of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