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에서의 3년은 현역 군인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이중적 역할을 수행했던 시간이었다. 당시 나는 독일어를 가르쳤는데, 언어를 통해 미래의 군 지도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시야를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젊은 사관생도들의 열정과 호기심은 나 자신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고, 이는 후에 내가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육사에서의 경험 이후, 나의 관심사는 점차 신학으로 옮겨갔다. 독일어를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신학 교육으로 전환하게 된 과정은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언어에서 신학으로의 이 전환은 단순한 교과목의 변화가 아니라, 내 삶의 방향과 목적을 재정립하는 깊은 성찰의 과정이었다.
신학 교수의 길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삶의 의미와 인생의 목표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나는 신학이야말로 가장 보람 있는 분야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신학은 단순히 종교적 교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과 존재의 이유를 탐구하는 학문이었기 때문이다. 강단에 서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 또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삼육대학교 신학교수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특별한 노력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오랜 시간 동안의 인내와 헌신, 그리고 겸손한 마음가짐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젊었을 때는 체력도 넉넉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스스로 유학을 결정하고 떠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교단에서 주는 장학 기회를 기다렸다. 그렇게 마흔이 될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이 시기 동안 나는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박사 학위도 없이, 부족한 자격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강의하고, 연구하고,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력'이었다.
결국 대총회의 장학금으로 유학의 기회를 얻게 되었을 때, 나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특별한 노력이라기보다는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때를 기다린 것,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주어진 책임을 다한 것. 그것이 내가 삼육대학교 신학교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이었다.
인생의 여정은 참으로 신비롭다. 돌이켜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특별하고 의미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같은 길을 선택할 것이다. 다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 인생의 큰 축을 이루는 신학 연구는 사실 독일 문학이라는 튼튼한 기반 위에 서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 취향을 따라 독일 문학을 공부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것이 얼마나 값진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내가 전공한 구약 방면의 뛰어난 학자들 중 많은 이들이 독일인이었고, 내가 지도한 학생 중에도 독일인이 있었다. 이는 분명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섭리였다고 믿는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의 큰 비전을 세우는 대신 현재에 충실하며 의미 있는 일을 이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성경 주석을 쓰고 신학 서적을 저술하는 일은 내 인생의 중심이 되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그 일에 매진하고 있다. 일부 작업물은 이미 세상에 나와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러나 때로는 나이가 주는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너무 늦은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 한켠이 무거워지곤 한다. 하지만 곧바로 그런 생각을 떨쳐낸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며, 우리의 열정과 지혜는 나이를 초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성경 사전 제작과 주석 작업은 내 남은 생애 동안 완성하고 싶은 중요한 과업이다. 비록 모든 것을 마무리 짓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더 많은 것을 이루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성취를 넘어, 후세대에게 영적 지혜와 통찰을 전달하는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의 열정과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 그것이 신학이든, 상담이든, 혹은 전혀 다른 분야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고, 그 안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는 것이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직업 선택은 단순히 생계수단을 넘어 자아실현의 통로가 된다. 신학 교수로서의 내 삶이 그러했듯이, 여러분도 각자의 길에서 깊은 만족과 기쁨을 찾기를 바란다.
인생이란 것이 얼마나 짧은지.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좀 더 일찍부터 신학의 기초를 다지고 싶다. 독일 문학이 내게 준 혜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 강력한 무기였고, 독일 학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귀중한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두 개의 탑을 따로 쌓는 것은 다소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우리만의 독특한 관점을 형성하게 된다. 내게 있어 그것은 독일 문학과 신학의 아름다운 조화였다. 여러분의 인생에서는 어떤 특별한 조화가 이루어질지, 나는 무척 궁금하다.

Image Prompt: **Prompt for DALL·E:** Create a detailed and creative watercolor painting that captures the complex and fulfilling journey of a Korean educator and theologian. The setting is South Korea, with key elements reflecting both the academic and spiritual aspects of the subject's life. **Scene Description:** 1. **Foreground:** - A Korean professor in his mid-50s, dressed in traditional hanbok, is standing at a chalkboard in a university classroom. The professor is animatedly teaching, with a mix of German and theological texts on the chalkboard behind him. - The classroom is filled with attentive cadets from the Korean Army Academy, all in uniform, eagerly taking notes. 2. **Mid-Grou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