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작, 짧은 여정, 깊은 열정

인생의 여정에서 목표를 이루는 과정은 언제나 기쁨과 보람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기기 마련이었다. 내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40세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45세에 교수직을 시작했을 때, 나는 이미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온 후였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내 앞에 남은 시간은 고작 20년. 65세 정년까지 얼마 남지 않은 그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알들이 빠르게 흘러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듯했다. "아, 내가 너무 늦게 시작했구나." 이 생각은 나를 괴롭혔다.

평생 추구해온 학문의 길, 그토록 열정을 쏟아부은 연구와 교육.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그것들은 마치 넓은 바다에 던진 작은 조약돌 같았다. 내가 이루고자 했던 큰 그림에 비하면, 실제로 이룬 것은 너무나 작고 미미해 보였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나는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늦게나마 내 꿈을 좇을 수 있었고,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 짧은 시간이 나를 더욱 열정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으니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늦게 시작했다고 후회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더 일찍 시작할 걸" 하고 후회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학문 여정은 비록 짧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열정을 다해 살았다. 작은 성취라도 그것이 의미 있는 것이었음을 믿는다. 때로는 우리의 인생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길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깊이 있게, 열정적으로 살았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제 와 돌아보면, 내가 이룬 것이 비록 작다 할지라도, 그것은 내 인생의 귀중한 조각들이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 아쉬움 속에서도 나는 감사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우리의 삶은 완벽할 수 없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늦게 시작한 공부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듯이, 언제든 새로운 시작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현재에 충실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다.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록 모든 것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