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에서의 첫 숨과 세 남매의 이야기

인생의 여정은 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곤 한다. 나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1940년대,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을 때, 나는 동경의 한 병원에서 첫 숨을 쉬었다. 그 시절 동경은 우리 민족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곳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내 인생의 첫 장이 그곳에서 열렸다.

동경에서의 출생은 내 삶에 독특한 색채를 입혔다. 그것은 단순히 지리적 위치를 넘어, 우리 민족이 겪어온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의 마지막 시기, 많은 한국인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본에 머물러야 했던 그 시절의 아픔과 고난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출생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참으로 신비롭지 않은가? 어두운 시기에 태어났지만, 나는 우리 가정에 빛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동경에서의 출생은 나에게 국제적인 시각과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을 선물로 안겨주었다. 이는 후에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창문이 되었고, 나의 자녀들에게도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리 집 마당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본식 정원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자라난 나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떠오른다.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자라며, 나는 세상의 풍파를 모르고 자랐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런 환경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세 남매의 끈끈한 유대관계다. 나는 맏이로 태어나 여동생과 남동생을 둔 세 남매 중 하나였다. 맏이로 자란다는 것은 책임감과 동시에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는 것과 같았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기대와 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경험이 내 인생의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 남매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다. 나는 책임감 강한 언니로, 여동생은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남동생은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아이로 자랐다. 서로 다른 성격이었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힘들 때면 서로를 의지하고, 기쁠 때면 함께 나누며 자란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제자매 간의 사랑과 우애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 자녀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고, 나 또한 중년을 넘어 8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그 시절 세 남매의 모습이 생생히 살아있다. 그 추억은 내 삶의 등불이 되어 지금도 나를 밝게 비추고 있다.

여러분이 처한 환경이 어떠하든, 그것은 여러분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풍요로움 속에서도 겸손을,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나의 편안했던 어린 시절이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듯이, 여러분의 현재 또한 미래의 자산이 될 것이다.

특히 가족의 소중함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형제자매와의 관계는 평생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인연이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서운할 때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이 여러분을 더 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작은 울림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때로 우리가 처한 환경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이 우리를 독특하고 특별한 개인으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여러분의 뿌리, 그리고 여러분이 태어난 곳이 어디든 그것은 여러분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 특별함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말라. 오히려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찾아보라. 나의 독특한 시작이 그러했듯이, 여러분의 독특한 시작 또한 훗날 여러분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