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공부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현대 언어 서너 개와 고대 언어 서너 개를 익혀야 했고, 박사 과정만 해도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는 단순히 지적 능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여정이었다. 체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어려움을 견뎌냈고, 마침내 내가 배운 것을 가르칠 수 있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늘 우리의 기대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다. 교수가 되어 처음 맞닥뜨린 현실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오랜 시간 깊이 있게 공부한 내용을 학부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은 때로는 단순한 '거수전'처럼 느껴졌다. 내가 쌓아온 지식의 깊이를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가슴 아픈 것은, 내가 전공한 구약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는 현실이었다. 실용적이고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로 학생들이 몰리는 동안, 내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분야는 점점 외면받는 듯했다. 이는 나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학문의 길은 끝없는 여정이었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후, 나는 한국에서 신학과 학생들을 가르치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매년 반복되는 강의와 일상적인 업무에 묻혀, 내 전문 분야에서의 깊이 있는 연구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는 학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우리 교회 대총회에서 진행하는 성경 주석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역대하라는 복잡한 책의 주석을 맡게 되었는데, 이는 내게 큰 도전이자 기회였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 400페이지에 달하는 주석을 완성했다. 세계적인 주석서들을 참고하며, 매 구절마다 심도 있는 해석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 노력의 결실을 제출했을 때, 예상치 못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검독 과정에서 160개가 넘는 수정 요구사항을 받았고, 이를 해결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더욱이 외부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치면서 추가적인 수정 작업이 이어졌다. 이 과정은 내게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학문의 깊이와 넓이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학문의 세계가 얼마나 광활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지를 체감했다. 한국에서의 20-30년간의 교육과 연구 활동 동안, 나도 모르게 세계적인 학문의 흐름에서 조금은 고립되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내 주석이 인정받고 출판되었을 때,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 생애를 돌아보면, 학자로서 이룬 업적들이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특히 두 가지 주석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후대에 남길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송경일 정의주석' 중 '역대하'를 집필한 것이다. 성경의 한 권을 온전히 해석하고 주석을 다는 작업은 학자로서 큰 도전이자 영광이었다. 오랜 세월 축적된 지식과 연구의 결실을 이 작업에 쏟아부었다. 때로는 밤을 새워가며 한 구절, 한 단어의 의미를 파헤치곤 했다. 이 과정에서 나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앤드루스 바이블 코멘터리'의 한 권을 집필한 일이다. 이 주석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비록 내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작업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때로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하나,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성경 사전 편찬 작업이다. 이 방대한 프로젝트에서 나는 A, B, C, D로 시작하는 모든 단어의 1차 작업을 담당했다. 무려 280개에 달하는 영어 단어들을 다루었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니엘, 데이비드 등 성경의 주요 인물부터 시작해 깊이 있는 신학적 개념들까지, 각 단어에 대해 철저히 연구하고 정리했다.
이 작업을 통해 나는 지식의 바다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또한, 여러 학자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겸손함과 열린 마음의 중요성을 배웠다. 내 견해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며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학문의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이러한 경험들 또한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때로 우리가 배운 모든 것을 즉시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삶에서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지식과 경험은 우리 안에서 조용히 숙성되어, 언젠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빛을 발하게 된다.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여러분이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이 당장은 쓸모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라. 그 지식은 언젠가 반드시 여러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진정한 의미요,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비결이다.
당신의 일이 세상에 크게 알려지지 않더라도 낙심하지 말라. 진정한 가치는 그 일의 본질에 있는 것이지, 남들의 인정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묵묵히, 그러나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라. 그것이 바로 당신의 삶을 빛나게 만드는 길이다.

Image Prompt: Create a watercolor illustration inspired by the autobiographical text of a 45-year-old Korean theologian who has achieved their dream of earning a PhD in theology. The scene is set in South Korea and captures the essence of their journey, struggles, and ultimate success. Here is the detailed prompt for DALL·E: --- **Prompt:** "Create a detailed watercolor illustration that captures the poignant and triumphant journey of a 45-year-old Korean theologian who has recently earned a PhD in theology. The setting is South Korea, and the scene is filled with rich cultural and academic elements. In the foreground, depict the theologian standing proudly in traditional Korean attire, a hanbok, holding their PhD diploma. Their expression should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