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끈기로 일군 학창 시절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소위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는 순수한 노력의 결과였다고 믿는다. 내게 특별한 공부 비법이 있었냐고? 글쎄, 그저 '죽도록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스스로를 천재라고 여긴 적이 없다.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오직 열정과 끈기뿐이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문과 계열이었지만, 수학과 같은 이과 과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끈질긴 노력 덕분이었다.

400명, 500명이 넘는 학생들 사이에서 모의고사 최고 점수를 받았던 순간들이 기억난다. 외국어나 암기 과목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물리, 화학 같은 과목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과 계열로 진로를 정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의 관심사는 언제나 문과 쪽에 있었으니까.

언어의 세계는 마치 끝없는 미로와 같아서,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익힐 때마다 그 미로의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듯한 희열을 느꼈다. 국어는 말할 것도 없고,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나에게 그저 즐거운 모험과도 같았다.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다양한 언어를 배우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이는 후에 목회자와 교수로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에 과학 과목은 나에게 다소 어려운 산처럼 느껴졌다. 물론 신학을 공부하면서 과학적 지식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그것은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과학에 대한 나의 태도가 약간은 편협했던 것 같다. 모든 학문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각자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우리 시대에는 가난이 늘 따라다녔다. 과외나 학원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우리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그것이 곧 배움의 한계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주로 나는 홀로 공부했다. 조용한 방 한켠에 앉아 책과 씨름하던 그 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때로는 고독했지만, 그 고독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중요한 삶의 교훈을 얻었다. 환경이 우리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우리의 성장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어려움이 우리를 더 강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나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웠고, 이는 평생 나의 큰 자산이 되었다.

학창 시절, 나는 특별히 라이벌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는 없었다. 항상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대체로 상위권에 머물렀다. 고등학교 시절, 480명 중 전체 20등 안에 늘 들었으니, 반에서는 1, 2, 3등을 오가며 공부했다. 그때 나와 함께 상위권을 다투던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라이벌이라기보다는 선의의 경쟁자로 여겼다.

나는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자연스럽게 공부했다. 누군가가 나보다 잘하면 솔직히 인정했고, 그것이 나를 더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등이든 3등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좋은 대학에 가고 각자의 길에서 성공했으니 말이다.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조언하자면, 공부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하고 열정을 쏟느냐이다. 또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약점으로 여겨지는 분야에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지금 어렵게 느껴지는 것들이 나중에 어떤 형태로 도움이 될지 모른다. 따라서 모든 학습의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겸손한 자세로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되 타인과의 불필요한 경쟁에 매몰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진정한 성공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에서 온다. 항상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평생 추구해온 삶의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