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노학자의 특강, 평생의 영감이 되다

인생의 여정에서 만난 스승들의 영향력은 참으로 크다. 특히 학문의 길을 걸어온 나에게 있어 그들의 존재는 더욱 특별했다. 그 중에서도 한 노학자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40대 초반이었던 나는 82세의 노학자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400명이 가득 찬 강당에서 맨 앞자리에 앉아 그의 등장을 기다렸다. 걸음이 불편해 보이는 노학자가 칠판 앞에 섰을 때, 우리는 모두 숨을 죽였다.

그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었다. 아무런 참고 자료 없이 7-8미터나 되는 칠판에 고대 이스라엘과 유다 왕국의 모든 왕들의 이름과 재위 기간을 완벽하게 적어내려가는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수십 명의 왕들, 수백 년의 역사가 그의 손끝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우리는 모두 일어나 장시간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 날의 경험은 나에게 큰 충격과 동시에 영감을 주었다. 나이의 절반도 되지 않는 내가 그런 지식과 열정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더 나은 학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솟구쳤다. 그 이후로 나는 더욱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학문을 추구하게 되었다. 특히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는 더욱 신중해졌고, 정확한 연도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 경험은 나에게 진정한 스승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제자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 그것이 바로 진정한 스승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영향을 주고받는 그런 관계야말로 참된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내 나이가 그때의 그 노학자와 비슷해졌다. 나 역시 후학들에게 그런 영감을 줄 수 있는 학자가 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아직 그분의 경지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날의 감동을 기억하며 끊임없이 정진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내 학문적 여정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겸손해지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또한 내가 받은 영감과 가르침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책임감도 느끼게 되었다.

스승들과의 만남, 특히 그 노학자와의 특별한 경험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학문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제 나는 그들로부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받은 가르침을 세상에 되돌려주는 방법이라고 믿는다.